5월의 어느 오후에 봄처럼 웃던 이유에 대해서
박성철 20-05-17 22:54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고 일반회원이며 김희정요가원에서 처음 요가를 접했어요. 작년 봄에 시작해서 다시 계절이 지나고 있으니 1년이 조금 넘어가네요. 저는 수영선생님 권유로 시작했어요. 한때 요가강사도 하셨었는데 유연성이 떨어지는 저를 볼때마다 한 숨을 쉬셨어요. 3개월만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그날그날 요가하고 왔는지 체크까지 하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퇴근해서 요가하고 수영을 하고 언제 밥 먹고 언제 쉬지? 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그 때는 불만없이 그걸 해냈어요.

 

돌아보니 요가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작년 봄, 그렇게 어설프고 멋모르게 시작했던 요가가 여름에 들어서자 정말 하기 싫었어요.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너무 끔찍하고 너무 가혹했죠. 멀리서 요가원이 보이면 벌써 두근거려요. 어떻게 자리에 앉고 수업이 시작되면 조금도 안되어 숨이 턱 막혀요. 집에 가고 싶었어요. 종종 요가원에 가려고 나선 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곤 했어요.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그 길 위에 우두커니 서서 했던 그때 그 생각, 그 망설임 아직도 느껴져요.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어렴풋이 요가를 하고 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목디스크가 있어 당시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통증이 있었는데 요가 동작을 하면 오히려 더 아파서 처음엔 잘 몰랐어요. 매번 그랬던 건 아니지만 가끔 요가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루 이틀정도 통증이 많이 줄어드는 걸 반복적으로 경험한 터였죠.

 

저는 십년도 넘게 목디스크와 어깨질환을 안고 살았어요. 5년전 쯤 깊은 잠에 들었다가 한 밤중에 견딜 수 없이 아파서 깬 적이 있어요. 저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일어나서 펑펑 울었죠. 이 거지 같은 병이 기어이 나를 여기까지 몰아세웠다고, 나의 빛나던 시절을 망쳐버렸다고. 정말 서러웠어요. 그 고통의 연쇄를 끊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죠. 사람들이 추천하는 전문병원들을 전전하고 물리치료에 재활병원에 원거리 통원도 해보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도망치지 않았어요. 늘 온전히 감내했죠. 그런데 이들로부터는 벗어나려 애썼어요. 버티다 힘이 다하면 마침내 나를 망가뜨릴 것만 같았거든요. 결국 2년 전 목디스크로 쓰러지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졌어요. 처음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이 내 앞에 있는 듯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나를 갉아먹던 그 고통이 느리게 조금씩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어요. 겨울에 들어서자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당시 주 2~3회 수업을 시간을 내서 4~5회로 늘려보았어요. 효과는 즉각적이었어요. 무척 생경한 경험이었죠. 몸이 전과 다르게 좋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나름대로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가동성과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의 한 방편으로만 여겼어요. 무려 한시간짜리 스트레칭을 어떤 의미도 모른 채 수개월동안 해왔던거죠. 그러다 보니 제가 요가를 얼마나 생각없이 했는지 알게되었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수리야 나마스카라 A,B를 외우는데 8개월이 걸렸을 정도니까요. 그 후론 의미도 알아가고 수업후에 연습도 해보곤 했죠. 그런 저를 보고 그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요가가 재밌나봐요?’ 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 집에 돌아오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죠. 요가가 재미있을 수 있다고? 정말?

 

그 즈음 겨울에 아쉬탕가 수업이 생겼어요. 첫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주변사람들에게 요가를 권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 요가를 왜 하는지 모르면 요가는 괴롭고 힘든 것일 뿐이라고. 그게 와 닿았어요. 그때 나는 요가를 왜 하는지에 대해 이미 답을 찾았던 때였지만 한동안 괴로운 시기를 보냈던 저는 크게 공감했죠. 게다가 그 수업을 잊을 수 없는 게, 아사나의 거의 대부분을 따라 할 수조차 없었어요.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요원하죠. 근데 이게 재밌는거에요. 그때 처음으로 재미를 느꼈어요. 보통은 백번을 해도 천번을 해도 안될 거 같으면 단념하고 포기할 것 같은데도 좌절감이나 열패감이 전혀 들지 않아요. 그건 저한테 요가는 반드시 언젠가는 완성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잘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소명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저는 주안점을 오가는데 제가 요가하는 걸 보실 수 있다면 생각보다 엉망이라 조금 웃길 수도 있어요. 아마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가장 보람없는 회원일거에요. 뭔가를 가르치면 나아지는 게 눈에 보였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동작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하라고. 아직 저한테 요가 아사나는 잘하든 못하든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요즘도 바쁘지만 주 3회정도는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소 못하더라도 재밌게 하고 있고요.

 

요가에는 다른 장르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면모가 있어요. 제가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면이기도 해요. 요가는 시작과 함께 호흡과 반다에 집중하는데 그 순간 시선과 모든 감각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요. 우리의 일상 대부분은 외향을 지향하잔아요. 한번씩 내면을 향해도 잠깐일 뿐이죠. 요가 수업을 받는 동안 감각이 내면으로 집중되는데 저는 이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정화를 느껴요. 또한 이것은 요가 선생님의 그 경이로운 아사나 앞에서도 압도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빈야사나 아쉬탕가를 할 때 느끼는 분명한 의식의 흐름이 있는데요. 빈야사와 아쉬탕가의 각 플로우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녹아있는 듯 해요. 그 이야기 속에는 모험이 있고, 그 긴 여정의 끝에는 사바사나가 있죠. 어떤 사람이든 자기만의 서사가 있어요. 각자의 이야기가 있죠. 스스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 같아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에 찾아오는 평온함 만으로도 수고한 자신에게 충분히 보상이 돼요.

 

저는 요가가 줄 수 있는 혜택은 다 받은 것 같아요. 올해 들어 일상의 통증은 사라졌고 오래 앉아있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던 통증마저 지금은 완전히 없어졌어요. 아프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는 중이죠. 저에게 요가는 처음엔 몸의 통증이완과 치유목적이 강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보면 심리적 안정감에 더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번민이 많은 사람이에요. 끊임없이 일렁이죠. 그리고 보통 그렇듯이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했고요. 이건 달리기를 하면서도 느끼는데 눈을 감고 앉아서 의식적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에 빠지지 않아도 요가 동작에 집중하면 고요한 지경에 이르게 돼요. 번민은 잊게 되죠. 술을 찾지 않은지도 오래되었어요. 일주일에 2~3회의 요가수업에도 스트레스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요가를 하게 된 것이 제가 살면서 두번째쯤 잘한 일이 아닐까 여겨져요. 요가는 여전히 제 삶에 활력을 주고 있어요. 조금씩 활기가 생기니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만큼 여유가 늘었어요. 안정감도 생겼고요. 앞으로도 오래 이로운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해요.

 

전엔 무엇을 쫓아 불나방처럼 살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봄, 요가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를 달래며 여기까지 이끌어왔어요.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거에요. 너무 오랫동안 아파했던 만큼 깊이 드리워진 마음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었어요. 그 시간을 함께 해주신 요가원의 선생님 한분한분 무척 특별해요. 제가 상처입고 힘들고 지쳐있을 때 내민 손 잡아주셨어요. 다 기억해요. 특히 편견없이 대해 주셨던 원장님과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드려요. 헌신과 열의에 존경의 마음도 전해요.

 

이따금씩 처음 요가수업이 생각나요. 선생님께서 수업을 시작하며 나마스떼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전에 보던 웹툰 탓에 오랫동안 잘 먹겠습니다라는 뜻 인줄 알았어요.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마스떼라고 하시면 ? 뭘 먹고하자는건가?’ 속으로 그래요. 요즘도요.

 

* 지나가다 한마디 한 일로 어쩌다 보니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처음 오신분들은 그런가보다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조금 의아해 하실거에요.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지도자과정 수료하신 분들의 후기를 모아 놓았던 거였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일반회원이에요. 혹시라도 과정 중에 계신분이 보시게 된다면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 면에서 다양한 깊이로 영향을 받을거에요. 그리고 내가 지킨게 결국 나를 지켜줄거에요.

 

기분 좋은 날, 20205월 어느 화창한 오후에 창가에 기대 봄처럼 웃고 있었던 경위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성인으로서 단편적으로나마 솔직한 감정과 그 삶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고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어요. 따뜻하고 내밀함이 가득한 이야기를 말이죠. 당신께 축복이 함께하길.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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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입문, 그리고 2019 지도자과정